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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야기

줌인 러시아 에세이

by Hansol2001 202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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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줌인 러시아

저자: 이대식

 

어떤 계기였는지는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고등학교 때 <줌인 러시아>라는 책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알찬 내용과 러시아 문화공부의 입문서라는 리뷰를 보았기에 러시아어 전공을 꿈꾸던 나는 이 책을 읽어보았다. 하지만 입시 준비 때문에 이 책을 꼼꼼히 읽기는 어려웠다. 권융 교수의 <모스크바에서 쓴 러시아, 러시아인>이라는 책으로 러시아의 역사와 유명한 인물들, 경제를 알게 되었고 러시아에 대한 교양기초를 쌓아둔 나는 <줌인 러시아>를 다시 읽어 해당 부분의 지식을 더 보충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제대로 정독해 보기로 했다.

<줌인 러시아>의 저자인 이대식 박사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했다. 상트페테르부르크대학원에서 공부 후 서울대학교에서 러시아 건축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유학 시절 정부 관계자와 대기업 전문 가이드로 유명세를 떨치기도 했으며 오랜 기간 동안 러시아에서 생활하며 러시아의 거의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러시아의 문학, 음악, 역사, 미술, 경제 등 다양한 공부를 했기 때문에 그 경험을 인정받아 인문학자임에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일하게 되었다. 동영상 지식서비스 SERICEO 줌인 러시아 시리즈를 오랫동안 연재하고 이 책을 내게 되었다.

이 책은 러시아의 사회, 역사, 예술, 문학, 리더 그리고 경제를 각각 한 챕터로 하여 구성되어 있다. 러시아의 사회 부분에서는 부칭에 관한 이야기, Красный 고어가 아름답다는 뜻을 가졌다는 것과 태양과 관련한 문화심리학적인 이야기, 러시아 정교, 양파형 지붕, 보드카, 마피아, 횡단철도, 트로이카, 전제권력 등 전반적인 사회에 관한 이야기 등이 있고 역사 부분에서는 키예프 루시부터 우크라이나 분쟁까지 중 작가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역사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소비에트 연방에 대한 부분은 하나도 나오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 예술 부분의 경우 유명한 음악, 발레, 미술 등을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고 문학은 유명한 도스토예프스키와 톨스토이 뿐만 아니라 푸쉬킨, 파스테르나크, 체호프, 솔제니친 등 다른 유명한 작가들까지, 리더에서는 유명한 공산주의 인물과 제국의 왕 그리고 푸틴을 다루고 있다. 마지막으로는 러시아 진출 전략 등 한러 교류에 관한 내용이 있었다. 마지막 부분에 한국과 러시아 사이에 이렇게나 많은 협력의 역사가 있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나는 이 책에서 러시아의 사회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다른 부분은 이전에 알고 있던 내용에서 플러스 알파로 정보를 더 얻는 것이었다면 사회 부분은 처음 보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부분은 양파형 지붕에 숨어있는 러시아의 저력 부분이다. 러시아의 성당의 양파형 지붕을 어릴 적에 러시아를 상징하는 존재로 생각했다. 어쩌면 서유럽의 고딕양식, 로마네스크 양식과는 다른 러시아식 양식의 신비로움이 러시아에 관심을 시작하게 한 기폭제일지도 모르겠다. 세계지리 시간에 이 양파형 지붕이 아랍지역 사원의 지붕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설명을 들었는데 사실은 아랍지역 사원과 러시아의 모스크 둘 다 성 소피아 성당에서 기원한 것이라는 설명 또한 무척이나 흥미로웠다. 비잔티움 제국의 영향력이 당시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컸던 것 같다. 비잔티움은 1453년 오스만튀르크 제국에 의해 멸망했지만 그 제국의 종교였던 정교회는 차지했던 나라, 불가리아, 그리스, 세르비아 등에서 사실상 국교가 되었다. 동유럽 문화의 기원인 비잔티움 문화에 대해서도 기회가 되면 한번쯤 공부해보고 싶다.

러시아 횡단철도에 관한 이야기 또한 매우 흥미로웠다. 횡단철도는 어릴 때부터 나의 로망이었는데 커가면서 그것이 어떻게 지어졌는지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시베리아 횡단철도 A to Z>를 읽어보기도 하고 유튜브의 여행기들을 보며 공부했었는데 지어지기까지 역사, 알렉산드르 3세 하급관리 비테를 특진시켜 재무장관에 임명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 건설을 담당하게 했다는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이야기가 굉장히 흥미로웠다. 아무르 철도 구간에는 소련 시절 지어졌지만 계획이 백지화되어 사람이 살고 있지 않는 도시가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쪽 또한 한번 여행해보고 싶다. 후에 아무르 구간과 본 횡단철도 구간을 여행하게 되면 이 이야기가 반드시 떠오를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러시아에 대한 교양 일반이 읽기 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노어과에서 공부하는 입장에서 러시아어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는 필수적인 자질로 여겨진다. 개인적으로도 라흐마니노프, 차이코프스키, 무소륵스키 등 러시아의 음악을 즐기기 때문에 쇼스타코비치 7번 레닌그라드 협주곡에 대한 내용을 책에서 읽어보았다. 이전에 감상한 당시 대기근을 다룬 영화 알렉산드르 부라프스키 감독의 <레닌그라드: 900일간의 전투>를 오버랩하여 음악을 들으니 한층 더 그 상황에 근접할 수 있었다. 나는 특히 다가오는 독일군을 묘사한 라벨의 볼레로를 벤치마킹한 부분이 (대부분의 음원에서 14분부터) 제일 마음에 들었다. 궁금하여 정보를 더 찾아보니 사실 음악적으로 매우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독일군에 승리하기 위한 프로파간다로 활용되기 위해 원래의 가치보다 과대평가 되었다는 말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렴 어떠랴, 레닌그라드 시민들과 전 세계 연합국민들에게 힘을 실어줬는데. 그것만으로도 이 음악은 자신의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러시아 문학에 대한 부분 또한 이전에 읽었던 작품을 해석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보리스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는 아직 읽지 않아서 단편적인 스토리와 의의만 이해하는데 그쳤지만 푸쉬킨, 솔제니친, 체호프, 도스토예프스키, 톨스토이 등 이전에 한번 이상 읽었던 작가들의 이야기와 소설 속에 담긴 이야기를 읽는 것이 굉장히 흥미로웠다. 체호프의 소설은 이번학기에 이정현 교수님의 문학과 정신분석 수업을 듣게 해준 이유 중 하나인데, 그의 소설이 정신분석학과 많은 관련이 있다고 읽었기 때문이다. 체호프의 소설에서는 다른 소설에 비해 유난히 안개가 많이 등장하는데 이는 한치 앞도 볼 수 없는 우리의 인생을 비유한 것인지, 태생적으로 불완전한 우리 인간을 비유한 것인지 그것은 공부를 더 하며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러시아 사회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지 못했던 러시아 마피아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되었다. UN 통계에서 러시아를 보면 1992년에서 2002년까지 10만 명당 살인율이 30명을 넘어가는 일이 빈번했다. 마약 카르텔과 노상강도가 활개 치는 멕시코조차 90년부터 지금까지 숫자가 30명을 넘은 적은 없었다. 어째서 준 전쟁터 수준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나 궁금했었는데 소련 붕괴 후 혼란기에 갈 곳을 잃은 KGB, 고위 장성, 인플레이션으로 생계가 막막해진 운동선수 등이 마피아에 합류하여 강력한 민간단체를 구성했다고 한다. 또한 계파갈등으로 길거리에서 총격전이 벌어지는 것은 예사고, 정치인, 상납을 거부한 사업가 등등이 많이 살해당했다고 한다. 1992년 한해에만 살해된 국회의원이 무려 9명이다. 다행히 블라디미르 푸틴이 대통령이 된 이후 마피아는 안정적인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고 사업을 합법화하며 큰 충돌은 요즘 일어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4년 소치올림픽 개최를 위한 인프라건설 중 계파 조율에 실패하여 한 고위급 임원이 사망하기도 했었다. 마피아가 아직까지도 정부의 사업에 관여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아직 진로를 정하지는 않았지만 러시아에서 주재원을 하는 것도 나의 진로 중 하나인데 다행히도 마피아의 수가 줄고 있고 범죄 또한 감소세라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러시아에서 주재원을 하게 된다면 사회의 상황이 어떤지 자세히 공부하는 것은 필수라는 생각 또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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