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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이야기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에세이

by Hansol2001 2020.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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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저자: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1.

내가 수년 전, 잠시 살았던 밴쿠버에는 소비에트 연방에서 망명 온 분들이 많이 계셨다. 그분들의 이야기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것은 죄가 없어도 끌려가는 무시무시한 굴라그 이야기였다. 나는 당시에 러시아어에 흥미를 느껴 러시아어를 조금씩 공부했었고 그분들은 왜 그런 나라의 언어를 배우냐며, 나를 이해하지 못하셨다. 그분들에게는 참혹한 생활환경, 만성적인 굶주림, 굴라그 이 셋이 소련을 설명하는 주요 키워드였다.

요나스 요나손의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주인공 알란 칼슨의 스탈린 면전에다 프랑코 같다고 한 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유배 생활을 하는 이야기를 통해 굴라그를 조금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굴라그 이야기가 궁금하여 고등학교 때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었었다. 입시 준비하던 힘든 시절이라 이 소설을 읽으며 내가 삶도 수용소의 삶과 별반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을 한 게 기억이 난다. 그냥 그 정도였던 것 같아. 나는 이제 러시아어 전공자이다. 전공자로서 단순한 감상을 넘어 이 소설을 제대로 읽고 싶어 다시 이 책을 손에 잡았다.

이 소설의 저자인 솔제니친은 키슬로보츠크에서 태어났으며 로스토프 대학교를 졸업하고 통신대학으로 문학을 이수하였다. 독소전쟁이 발발하자 포병장교로 참전하였다. 하지만 친구에게 보낸 편지 중 스탈린에 대한 내용이 문제가 되어 굴라그로 들어오게 된다.

그는 수학을 잘했기 때문에 샤라쉬카(Шарашка), 중노동에 시달리지 않고 면회도 자주 허용되는 엘리트 수용소에서 생활할 수 있었지만 당국과의 마찰을 빚어 원래의 수용소로 돌아오게 된다. 그는 호루시초프의 복권으로 수용에서 풀려나게 되는데,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가 바로 이 수용소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쓴 소설이다. 당시에는 매우 급진적인 내용이었기 때문에 소련작가연맹으로부터 많은 미움을 받았다.

그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기 위해 스웨덴으로 출국했는데 소련정부는 그의 재입국을 거부했다. 이후 솔제니친은 미국 버몬트에서 거주하다가 1994년 소련으로 귀국하였다. 돌아와서는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혼합경제체제를 통렬히 비판했으며 성 안드레이 페르보잔노보 훈장마저 거부하였다. 어떤 압력에도 굴하지 않는 러시아의 양심으로 불리던 그는 2008년 모스크바에서 90세로 세상을 떠났다. 과학아카데미는 이에 애도를 표했으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이 장례식에 참배하였다

 

2.

수용소에 갇힌 이 소설의 인물들은 다양한 인간 군상의 전형을 보여준다. 집안이 유복해 소포를 자주 받고 숙소에서 편한 자리를 차지하는 등 감옥에서조차 권력을 누리는 인텔리겐치아 체자리, 숟가락을 주조하고 몇몇 기술을 익혀 최하계급에 속하는 것만은 면한 슈호프, 유능한 일꾼으로 필요없는 잡담을 하지 않는 세니카, 과거에는 관리였지만 이드(Id, 독일어: Es)만 발달해 자신의 욕구를 참지 못하는 페추코프. 이들은 내가 읽고 나서 유독 기억에 남던 주인공들이다. 이십년 동안 살아오며 한번 이상은 어디선가 만난 듯한 사람들이었다.

이 소설은 하루 동안 굴라그에서 벌어지는 부조리, 사람들 사이의 권력 관계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한 영하 40도가 넘어야 일을 쉰다는 사실은 가혹한 수용소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늦잠을 자 중영창에 갈 뻔한 슈호프는 타타르 군인의 사무실을 청소해주며 풀려난다. 늦게 식당에 갔으나 같은 방의 부하가 그의 수프를 얻어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침을 먹고 그는 혹독한 노동환경에서 일을 해야하나 사회주의 생활단지의 기초공사현장에서 일을 하는 것보단 낫다며 스스로를 다독인다.

난로가 있는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그는 단순히 모르타르를 바르고 벽돌을 쌓는 자신의 노동에 집중함으로서 삶의 즐거움을 느낀다. 그의 일솜씨 또한 높은 것으로 보인다.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문명속의 불만>에서 노동은 자아실현을 위한 도구뿐만 아니라 관능적인 리비도를 해소하는데 쓰인다고 한다. 노동이 있기 때문에 그들이 살아나갈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심시간에도 그는 묘수를 부려 수프를 더 챙기고 수고한 부하를 챙겨준다. 탐욕스러운 페추코프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고 말이다. 작업이 거의 끝나가지만 한쪽을 끝마치지 못해 아쉬운 슈호프는 다른 사람들이 모두 돌아가고도 동료와 작업을 지속한다. 그렇게 늦을 뻔하지만 간신히 집합시간에 맞추고 저녁시간에 조금의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체자리의 수프를 맡아두었다가 얻을 수 있었고 우편물 보관소에서 줄을 서줘서 간식도 받는다. 참혹한 환경이지만 빵과 간식을 챙겼기 때문에 오늘 하루는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며 소설은 끝을 맺는다.

 

3.

나는 이 소설을 가득 채우고 있는 수용소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와 섬세한 감정의 표현이 흥미로웠다. 얼마나 주인공의 시점에서 빵과 수프를 잘 묘사했는지 식품이 풍족한 사회에서 사는 나도 잠깐이나마 그 음식들이 맛있어 보일 정도였다. 침대 매트릭스 밑의 흑빵을 진짜 먹으라고 하면 끔찍하겠지만 말이다.

솔제니친의 사실적인 묘사는 내가 실제 굴라그에서 생활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었다.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에서는 자본주의 진영의 작가가 서방세계에 비춰진 굴라그의 모습을 상상하여 형상화를 했지만, 이 소설은 실제 굴라그에서 생활한 경험을 토대로 썼기 때문에 더욱 사실감을 주었다.

이대식 박사님의 <줌인 러시아>에서는 슈호프가 먹는 행위에 집중하며 원초적인 쾌락을 느끼며 스스로 동물이 되어 살아간다고 한다. 그러나 인간적인 선을 지키며, 이를테면 생선눈알을 먹을 때 제자리에 붙어있는 것만 먹고 떠다니는 것은 먹지 않기, 담배를 피는 사람 앞에서 빤히 쳐다보지 않기, 소포가 온 사람에게 소포가 왔군요?’라고 묻지 않기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격은 지키기. 또한 동료들과의 의리도 지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도취되어 희열을 맛보기. 슈호프가 수용소에서 살 수 있었던 것은 이 네 가지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고등학교 때 이 책을 읽고, 당시 지옥 같은 고3의 생활을 하루동안 녹화하고 편집하여, ‘Один день корейского школьника라는 제목으로 방송부 과제로 제출한 적이 있다. (https://www.youtube.com/watch?v=6yalYB50HH8) 솔제니친의 소설처럼 담담하게 표현하려고 했다. 항상 굶주림으로 걱정해야하는 굴라그의 생활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집, 학교, 학원만 왕복하는 쳇바퀴 같은 나의 삶이 365일이 똑같은 슈호프의 삶과 비슷하다고 느꼈었다.

 

4.

세계를 움직이고 세력권으로 자리잡은 국가들을 미국, 러시아, 중국이라고 생각한다. 주변 국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다른 나라들의 정부가 이중 어느 편에 서느냐가 굉장하게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신 나라와 국경을 마주한 나라가 다른 세력권에 속하게 되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데, 그럴 경우 정부 전복을 시도하거나 괴뢰국을 만들어 최소한 전향한 나라와 국경은 마주치게 되는 것을 피한다. 그 예시로는 미국 중앙정보부(CIA)의 남미 공작, 우크라이나의 노보로씨야 연방, 조지아의 남오세티야 공화국 등이 있다. 이 세 국가들은 정치범들에게 잔혹한 처벌을 내리는 것 같다. 호루시초프 이후 러시아의 정치범에 대한 처우는 잘 모르겠지만 인권과 자유를 중시하는 미국 또한 정치범, 산업스파이에게는 잔혹한 대우를 내리는데, UDX 플로렌스 교도소, 관타나모 포로수용소의 극악한 환경을 보면 그 사람이 정신병에 걸리지 않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저자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나는 이 책을 읽고 수용소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으며 세계의 안정을 위해 이같이 보복성, 응징성이 강한 시설이 꼭 필요한지 의문이 들었다.

 

참고문헌

이대식, 줌인 러시아 돌베개, 2015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위키피디아, 출판연도 없음, )https://ko.wikipedia.org/wiki/%EC%95%8C%EB%A0%89%EC%82%B0%EB%93%9C%EB%A5%B4_%EC%86%94%EC%A0%9C%EB%8B%88%EC%B9%9C(2020-05-28 접속)

헤르난도 칼보 오스피나200-02-01), 추악한 미국의 치부 'CIA 특수작전단', 김계영 번역, 르몽드디플로마티크 http://www.ilemonde.com/news/articleView.html?idxno=167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위키피디아, 출판연도 없음, )https://ko.wikipedia.org/wiki/%EC%9D%B4%EB%B0%98_%EB%8D%B0%EB%8B%88%EC%86%8C%EB%B9%84%EC%B9%98%EC%9D%98_%ED%95%98%EB%A3%A8(2020-05-29 접속)

양찬승(2008-08-06), '러시아의 양심' 솔제니친 장례식, MBC뉴스 https://imnews.imbc.com/replay/2008/nwtoday/article/2196820_306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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